만약 여러분에게 이 내용을 보고 난 후 내용에 대해 시험을 보겠다고 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공부하시겠습니까?
잠시 생각해 보세요. 여러번 반복해서 보고 요점을 필기한 후 밑줄 그어가며 내용이 익숙해질 때까지 읽어야지 이렇게 생각했다면, 죄송하지만 50 점 입니다.
사라진 50점을 지금부터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더 적은 시간을 공부해도 더 많은 것을 기억하고 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더 많은 시간을 쏟아부어도 기억을 못하고 쉬운 문제도 못 푸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지능의 차이라고 말합니다. 지능의 차이는 분명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크게 전부 일까요? 지능의 차이로 원인을 돌 되면 마음은 편합니다. "어차피 지능발이니까 안 해도 돼" 하며 노력하지 않는 것에 대한 핑계를 댈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세계적인 인지 심리학자들과 뇌 과학자들은 지능의 영향은 분명 존재하나 제한적이라고 말합니다. '밑줄 긋기', '반복해서 읽기' 같은 "가짜 공부법"이 아니라 뇌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진짜 공부법만 익힌다면 누구나 심지어 뇌 일부분을 다친 사람들도 뛰어난 학습 성과를 보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럼 이들이 말하는 진짜 공부 방법은 뭘까요?
세계적인 심리학자, 인지 과학자인 헨리 뢰디거, 마크 맥대니얼 그리고 영국 출신의 작가인 피터 브라운이 쓴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와 세계적인 브레인 코치 짐 퀵이 쓴 "마지막 몰입"에서는 뇌과학에 기초해 어떻게 해야 보다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지에 관한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합니다. 여러 방법이 있지만 두 책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바를 두 개의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인출 연습"과 "시간 간격" 입니다.
각각의 키워드가 의미하는 바를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인출 연습입니다.
읽기와 듣기 같은 수동적 학습만 하지 말고 능동적으로 꺼내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수동적 학습을 반복하면 아는 것보다는 안다고 생각하는 것만 쌓이게 됩니다. 책을 한 두 번 읽고 나서 다시 그 페이지를 펼쳐 보면 이미 봤던 내용이기에 굉장히 익숙합니다. 그래서 '아, 이거 다 아는 거네' 하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막상 배운 내용을 설명해 보라고 시키거나 써 보도록 하면 아는 것은 써도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쓸 수 없습니다. 익숙함과 배움을 착각한 결과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주기적인 인출 연습이 필요합니다. 인출 연습은 다양한 방식으로 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시험보기'가 있습니다.
우리는 '시험'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지만 부담이 적은 시험을 자주 보는 것은 학습 효과를 높이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이전에 ebs 다큐프라임 '다시 학교'에서도 다뤄진 적이 있는데, 평가 목적이 아닌 인출 목적의 잦은 시험은 학습효과도 높이고 시험에 대한 불안감도 없애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합니다.시험 외에도 인출 연습에는 여러 방법이 사용될 수 있습니다. 배운 내용 써보기, 직접 문제 만들어보기, 다른 사람 가르치기 등등 특히 두 책의 저자들은 다른 사람 가르치기가 굉장히 효과적인 학습법이라고 강조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내용을 가르치려면 내용을 알아야 할 뿐만 아니라 논리적으로 내용을 재구조화해야 합니다.거기에 설명하는 과정을 통해 다시 한번 자신이 제대로 이해했는지 점검할 수 있죠. 고등학교 시절 야자 시간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학창 시절 야자 할 때 뭐 가르쳐 달라고 하면 바쁘다고 자기 공부만 하는 녀석들은 대개 1등이 아닙니다. 어중간하게 공부 잘하는 녀석들입니다. 반 1등 전교 1등은 뭐 알려달라 그러면 적극적으로 알려주고, 선생님처럼 이해시키려 노력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1등들은 친구들을 자주 가르치면서 가르치는 행위가 얼마나 학습에 도움이 되는지 경험적으로 알았던 것은 아닐까요?
둘째 시간 간격입니다.
무언가를 학습하거나 일을 하는 등 '생산성'이 필요할 때, 우리는 "시간 간격"을 잘 활용해야 합니다. 시간 간격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쉬는 시간 갖기' 와 '간격 두고 복습하기'의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쉬는 시간 갖기는 말 그대로 학습이나 작업 중간 쉬는 시간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너무 뻔한 거 아냐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관건은 쉬는 시간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얼마나 자주 쉴 것인가'입니다. 여러 학습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집중력은 10분에서 40분 사이에 자연스럽게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러니 40분이내의 시간 동안 집중한 후, 휴식 시간을 갖고 다시 시작하는게 우리의 집중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수업이 1교시에 40분 인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원리를 잘 활용하는 기법이 있습니다. 바로 포모도로 기법입니다. 포모도로 기법의 핵심은 25분간 학습을 한 후 5분간 휴식을 취하라는 겁니다. 이 방법이 효과적인 이유는 '초두 효과'와 '최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수십 명이 모이는 파티에 참석했다고 생각해 봅시다. 아마 처음 인사한 몇 명은 기억할 거고 파티를 떠나기 직전에 함께 있던 한 두 명도 기억할 것입니다. 그러나 파티가 한창 일 때 인사 한 사람이나 스쳐 지나간 사람들은 기억하기가 어렵겠죠. 처음 몇 명을 잘 기억하는 것은 '초두 효과' 덕분이고 마지막 몇 명을 기억하는 것은 '최신 효과'도 덕분입니다.
25분이라는 짧은 작업 시간을 주기로 휴식을 가지면 자연스레 초두 효과와 최신 효과를 더 여러 번 누릴 수 있는 효과가 있어 학습 효율이 큰 폭으로 향상됩니다. 물론 한번 쉴 때 너무 오래 쉬면 배보다 배꼽이 커질 수 있으니 딱 5분 정도만 쉬는 것이 좋습니다. 단지 공부뿐만 아니라 생산성의 필요한 모든 일 독서, 글쓰기, 업무에도 이 포모도로 기법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몰입"에서 짐 퀵은 자신의 책도 포모도로 기법을 사용해서 읽기를 추천하고, 실제로 그가 추천한 대로 25분간 책을 읽은 후 5분 동안은 읽은 내용을 복기하는 과정을 거치니 다른 책에 비해 훨씬 깊게 내용이 이해되고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 간격 두고 복습하기입니다. 복습이 중요하다는 조언만큼 선생님들이 자주 하는 잔소리가 없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복습을 하라고 알려주는 선생님도 많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에빙하우스의 망각 곡선이라는 그래프가 있습니다. 학습 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가 내용을 망각하는 정도를 그래프로 표현한 것입니다. 그래프를 보면 20분이 지나면 대략 40% 를 망각하고 한 시간이 지나면 약 60% 하루 이틀이 지나면 약 70~80% 를 망각하게 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복습이 중요한데 단순히 여러 번 보는 것이 아니라 점점 시간 간격을 늘려서 복습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10분 후 2시간 뒤 바로 뒤 일주일 뒤 한 달 뒤 이런 식으로 말이죠. 시간 간격을 둬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 망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망각은 좋은 곳 아닌가 하실 수 있는데 전혀 잊은 것도 없고 완벽하게 기억이 난다면 복습할 이유가 없습니다. 어느 정도의 인지적 노력이 필요한 일을 할 때 우리는 더 흥미를 느끼고 몰입하게 된다고 합니다. 간격을 두고 인출하면 인출 할 때마다 많은 노력과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이런 인지적 고통이 있어야 우리는 학습 내용을 더 의미 있는 학습 과정으로 인식하고 집중합니다. 이렇게 노력을 들여 배운 지식은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기억하세요 어렵게 배워야 오래 기억합니다.
시험공부, 취업준비, 자기계발, 승진, 이직, 은퇴 등을 이유로 우리는 평생 "배우는 존재"로 살아야 합니다. 또한 보다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말은 정보 중심의 사회에서 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이제 "진짜 공부"를 해야 합니다.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기만 했던 "가짜 공부"는 소용없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일수록 과학적으로 뇌의 메커니즘에 맞는 방식으로 진짜 공부를 해야 합니다. "인출 연습"과 "시간 간격 활용"을 통해 더 효과적으로 공부해야 합니다. 학습 능력의 부족함을 느낀다면, 당신이 멍청해서가 아니라 그저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를 몰랐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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